숙고 2

갑자기 아파오길래

누군가 내 어릴 적 어느 날을 회상해보라 한다면 열 중 여덟은 짜증으로 가득찬 모습일 것이다. 지금과는 달리 과거의 나는 정말이지 짜증이 많았다. 그래서 나는 자주 힘들었다. 그런데 그 때의 내가 몰랐던 게 있었다. 내 짜증으로 인해 진정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. 내 주변 사람들이야말로 내 짜증에 찔리고 아파했다.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나는 짜증을 줄이려 노력했다. 처음엔 쉽지 않았다. 중2병이 가득했던 시절에는 "내가 짜증나는데 남들 기분 알게 뭐야?"와 같은 유치한 생각을 하곤 했다. 물살에 흙더미가 쓸려오듯, 시간이 흐르며 내 경험도 쌓여갔고 이런 사고 방식은 쓸려내려갔다.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"내가 괴로우면 남들도 괴로워야지" 같은 어리석은 생각을 하곤 하는 사람이 많다. ..

개발자이기 이전에, 사유하는 인간으로서

나는 생각이 참 많다. 그래서 좋다. 개발을 하고 있을 때는 코딩으로, 그렇지 않을 때는 각종 생각들로 인해 내 머리는 쉴 새가 없다.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좋았고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과 많은 어른들보다도 성숙한 내가 좋았다. 나는 외부의 스트레스에도 굳건했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.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먼저 마음을 열 줄 아는 사람이었다. 성장하는 것을 사랑했으며 성취감에 취하곤 했다. 매일 내 삶은 나아진다 느꼈고, 거의 그러했다. 이 모든 것이 많은 생각의 산물이라고 믿었다. 내 자존감의 근원은 성숙한 정신이었다. 내게 개발자라는 페르소나가 있듯, 사유하는 인간으로서의 페르소나도 필요하다 느꼈다.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는 게 사유와 정신이니 어쩌면 순서가 바뀐지..